스테이블코인, 전 세계 중앙은행이 주목하는 이유는?
서론
2025년 현재, 글로벌 금융 질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디지털 자산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금융 도구가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세계 경제의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변동성 높은 자산과 달리, 법정화폐에 고정된(페그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바로 이 특성 덕분에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닌 금융 인프라의 새로운 형태로 인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기존 통화체계와 자본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며, 국제 금융질서의 균형을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각국 중앙은행이 왜 스테이블코인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그 배경과 함의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현황과 성장 배경
2025년 중반,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2,52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10%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디지털 자산 시장 내 유동성 핵심 수단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는 **테더(USDT)**와 **USD코인(USDC)**이 있으며, 각각 시장의 62%와 24%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거래 매개체를 넘어서 실물경제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해외 송금, 기업 간 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실제로 주요 스테이블코인 10종의 글로벌 시총이 2,3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한 것은 그 가능성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중앙은행이 주목하는 네 가지 핵심 이유
1.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하는 신종 리스크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달러’로 불릴 만큼 유동성과 신뢰성이 강하지만, 신뢰가 무너질 경우 대규모 자금 이탈(코인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뱅크런과 유사한 형태로,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담보 자산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거나, 급격한 환매가 발생할 경우 유동성 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2. 외환시장 불안과 자본 유출 가속화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수요 증가가 외환시장에 부담을 준다. 투자자가 원화를 매도하고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외환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환율 변동성과 외환보유고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역외 자본 유출은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3.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실효성 약화
스테이블코인이 대체결제수단으로 활성화되면,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이나 통화량 조절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즉, 실물경제 내에서 법정화폐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 전통적 정책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 주권을 흔드는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4. 금융포용성과 결제 혁신이라는 가능성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낮은 송금 수수료, 빠른 거래 속도,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성 등 혁신적인 장점을 지닌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은행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 접근성이 향상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는 달리, 민간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포용성과 기술 발전을 동시에 이끄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국의 규제 및 정책 반응
현재 미국, 유럽, 한국 등 주요국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막기보다는, 제도적 통제와 건전한 활용을 위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GENIUS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해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유럽연합은 MiCA(암호자산시장법)를 전면 시행했다.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합법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국제결제은행(BIS)은 중앙은행이 상업은행 예금, 국채, 준비금을 통합 관리하는 ‘통합 원장’ 시스템을 제안하며, 향후 글로벌 디지털 통화 체계를 위한 기반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통해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결론 및 전망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실험적 자산이 아니다. 2025년 기준 2,50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보유한 이 디지털 화폐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혁신성과 편의성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통화정책 무력화, 자본 유출, 금융 불안정 등의 리스크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중앙은행과 민간 기술 기업 간의 균형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각국의 정책적 유연성과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서, 세계 금융 질서의 미래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